간장병을 들고 있다가 ‘醬油’라는 글자를 보면 잠깐 멈칫하게 된다. 장은 알겠는데, 뒤에 붙은 油는 기름 유(油)다. 간장에 기름을 넣는 걸까? 중국어로는 酱油(번체 醬油), 일본어로는 醤油(しょうゆ)라고 쓴다. 우리말에서는 간장이라고 부른다. 똑같이 밥상에 오르는 갈색 액체인데 이름부터 다르다.[1][2][3]
기름이라는 글자가 붙었다고 식용유를 넣었다는 뜻은 아니다. 일본간장협회는 여기서 油를 ‘걸쭉한 액체’의 뜻으로 풀이한다. 일본의 도서관 참고사례도 여러 사전을 대조해 ‘장에서 얻은 액체’라는 설명을 싣고 있다. 다만 이것은 글자를 풀이하는 설명이지, 중국에서 누가 처음 그 이름을 지었는지까지 밝혀주는 증거는 아니다.[1][4]
콩이 간장이 되기까지
이름을 이해하려면 장독 안부터 보는 편이 빠르다. 한국의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띄운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둔다. 충분히 익으면 액체를 떠내고 남은 건더기와 갈라 놓는다. 액체는 간장으로 쓰고, 건더기는 된장으로 이어진다. 옛 제조법에는 떠낸 액체를 달이는 과정도 나온다. 집집마다 담그는 법은 달랐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메주에서 장을 가르는’ 장면은 이 흐름이다.[5]
일본의 대표적인 양조 방식은 조금 다르다. 삶은 콩에 볶은 밀을 섞어 누룩을 만들고 소금물을 부어 발효·숙성한 뒤 눌러 짠다. ‘콩을 발효시켜 짠 액체’라는 점은 닮았지만, 밀을 쓰는 방식과 발효한 장을 다루는 법까지 한국의 메주 장과 똑같지는 않다. 중국의 양조 간장 역시 콩이나 탈지대두, 밀 또는 밀기울 등을 원료로 삼는 등 여러 제조법이 있다. 세 나라의 모든 간장을 한 가지 제조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5][6][3]
한국어에는 왜 油가 없을까
한국에서 ‘간장’이라는 말이 자리 잡은 경로는 글자 하나의 번역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장 명칭을 연구한 논문은 예전 문헌의 ‘쟝’이 ‘간쟝’을 거쳐 현대어 ‘간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같은 ‘장’이라는 말이 때에 따라 간장만 가리키기도, 간장과 된장을 가르기 전의 상태를 가리키기도 했다. 그러니 ‘중국·일본은 액체를 보았고 한국은 짠맛을 보았다’처럼 세 나라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나누는 이야기는 그럴듯해도 근거가 부족하다.[2]
간장의 역사를 어느 한 나라가 완성품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건넨 이야기로만 볼 수도 없다. 일본간장협회는 일본의 장 문화가 고대 중국의 醬과 관련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정확히 언제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적는다. 한국에는 오래된 장 담그기 기록과 별도의 음식 문화가 남아 있다. 이름의 공통점과 각자의 제조 전통을 함께 봐야 한다.[5][7]
이름을 따라 장독까지 왔으니, 이제 병을 다시 보자. 중국 요리책의 생추·노추와 일본 요리책의 고이쿠치·우스쿠치는 모두 간장이지만 같은 자리에 같은 양을 넣는 재료는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낯선 이름을 외우는 대신, 어떤 요리에 왜 그 병을 집는지 살펴본다.[3][8]
참고 자료
[1] https://www.soysauce.or.jp/faq/about-others↩
[2]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903610↩
[3] https://www.kikkoman.com.cn/jiangyou/various.php↩
[4] https://crd.ndl.go.jp/reference/entry/index.php?id=1000262334&page=ref_view↩
[5]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0582↩
[6] https://www.kikkoman.com/en/culture/soysaucemuseum/making↩